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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주홍글씨' 시대…韓, '잊혀질 권리' 실현될까?

15일 방통위·KISA 세미나 …삭제 판단주체·삭제가능 요건·기사 포함여부 '관건'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05-15 17:31 송고
15일 서울 송파 신천동 광고문화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개최한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 News1
15일 서울 송파 신천동 광고문화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개최한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 News1

#벨기에에서 중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5년간 항소를 통해 무죄를 입증받은 한 개인이 구글에 사건 관련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영국의 한 개인이 자신이 근무지에서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해고됐다는 사실을 언급한 기사 링크 삭제를 구글에 요청했지만 구글은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온라인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보 삭제 요구에 대한 구글의 판단은 이처럼 경우에 따라 다르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구체적 명시화나 법제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프라이버시도 보장돼야 하는 만큼, '잊혀질 권리'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법제화시 정보 삭제 요건, 삭제 판단 주체, 언론기사 포함 여부 등 제반 고려 요소가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잊혀질 권리', 뭘 지우고 누가 지우나?

15일 서울 송파 신천동 광고문화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개최한 '잊혀질 권리 보장을 위한 세미나'에서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기 정보에 대한 삭제 요구권은 헌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통해 보장되고 있다"며 "'잊혀질 권리'는 이와는 달리 '10년 전에는 사실이었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 경우에도 이 정보가 온라인에 남아 있어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라며 잊혀질 권리 법제화에 대한 방향을 소개했다.
'잊혀질 권리'는 포털 등 정보통신제공자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확산을 방지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 교수는 '잊혀질 권리' 법제화를 위해서는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 △권리 행사의 주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요건 △삭제 여부 판단 주체 △삭제 여부 결정시 고려요건 △삭제요구 거부 사유 등을 검토요건으로 꼽았다.

권리를 행사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원천적인 데이터에서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목록에서 해당 정보를 지운다는 말이다. 지 교수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60~70%를 차지하고 다음, 구글 등 3개 포털이 이용된다"며 "정보통신제공자 사이트 검색 결과에서만 정보를 지워도 원천 데이터 삭제와 거의 동일한 결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리 행사의 주체는 '누구든지'로 보고 있다. 개인, 공인 등을 넘어 법인도 '잊혀질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은 △타인이 기억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이 지난 정보 △본래 게시 목적을 모두 달성해 더이상 게시할 이유가 없는 정보 등 2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청 요건을 충족해 삭제 여부를 심의할 때에는 △상당 기간이 경과해 타인이 기억할 이유가 있는지 여부 △해당 정보에 의한 개인의 재산적·정신적 피해 여부 △해당 게시물이 제3자의 이익과 연관돼 검색 결과에 따라 제3자의 재산적·정신적 이익이 영향받는지 여부 △타법령에 의해 해당 게시물 삭제 보존 의무가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검토 사항으로는 정보 삭제 판단 주체와 언론 기사 포함 여부가 꼽혔다. 지 교수는 "정보통신제공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방법과 행정기관이 강제적으로 행사하는 방법 2가지가 있지만 '잊혀질 권리' 도입 초기에는 정보통신제공자가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도입 초기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네이버, 다음 등과 같은 정보통신제공자가 자율적으로 삭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만약 사이트 운영 주체가 삭제를 거부할 경우 청구인은 검색정보 심의·조정위원회와 같은 위원회에 심의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청구인인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가 정보 삭제에 이의가 있는 경우도 위원회에 심의 요청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잊혀질 권리 법제화, 아직 섣부르다" 신중론도

반면 '잊혀질 권리' 도입까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의견도 제시됐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유럽과는 달리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언론법'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권리가 이미 보장되고 있다"며 "또 '잊혀질 권리' 도입시 공인과 연예인, 종교인, 기업인 등이 더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정보통신제공자가 처리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기계적으로 이행하면서 인터넷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위촉될 우려도 있다"며 "이미 국내 법제에 정보삭제 권리가 강하게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잊혀질 권리' 보장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향후 데이터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특정 정보주체의 일신상의 자유는 물론이고 사회생할에 일부 예측 불가능한 제약이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잊힐 권리의 입법 필요성 및 긴요성을 인정하긴 다소 어렵다"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조사관은 "타인에 의해 처리되는 정보의 개념적 범위, 처리 개념의 범위, 보호법익의 문제에 대한 고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이미 포함돼 있는 개인정보 삭제 요구 수준일 뿐 아직까지 정치적, 도덕적 권리 주장을 넘어설 정도로 잊힐 권리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알 권리'와 '잊혀질 권리'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그리고 개개인의 사생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잊혀질 권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반드시 짚어야할 문제이며 정책적 균형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hk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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